졸업 준비 글 이후의 근황
일상이 바빠서 블로그 운영을 당분간 제대로 못 할 것 같다는 글을 올린 지 2달의 시간이 지났다. 당시의 글에서 해야 할 리스트들을 간략하게 작성해 둔 것이 있어서 가져와 본다.
1. 졸업 논문 작성
2. 졸업 발표 준비
3. 2개 논문 revision
4. 논문 실험 마무리 및 작성
5. 나오는 회사 공고마다 지원 및 자기소개서 작성
6. 서류 합격한 회사 인적성 및 AI 역량 검사
7. 결혼 준비
8. 남의 결혼식 가기
9. 이사하기
오늘 아주 오랜만에 게임을 1시간 할 여유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불현듯 생각이 나서 바로 블로그로 와서 해당 리스트를 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달 동안 9개의 임무를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물론,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쨌든 급한 불은 껐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기분 좋은 점이, 미리 목표를 세워둔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어서 원래라면 그냥 '버텼다' 정도의 생각으로 넘어갔을 일이 완수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새삼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시작할 수 있게 응원해준 친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하나씩 정리해보며 근황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굵직한 이벤트들은 따로 글을 포스팅할 예정이다.
1. 졸업 논문 작성
굉장히 시간이 촉박해서 4개의 챕터 중 마지막 챕터와 introduction은 교수님들과 약조한 제출 기한 하루 전에 작성을 하였다(물론, 그만큼 공격과 비판을 많이 받았다). 다 쓰기는 하였지만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각각의 챕터가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다는 비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셨고, 아마도 오늘 오후를 할애해서 수정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졸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되었다!
2. 졸업 발표 준비
발표 준비는 랩실 내 졸업 선배들처럼 여러 번 할 시간이 없었고 재학생들과 지도 교수님 앞에서 딱 한 번 할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고, 자신이 없지는 않아 발표 자체를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공격은 전부 다 예상 밖인 경우가 많아서 답변이 쉽지 않았다. 특히, 졸업 논문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40분의 발표와 1시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끝나 보고 보니 셔츠가 땀으로 다 젖어있었다. 1번의 졸업논문과 더불어 아쉬운 점인데, 결국엔 변명일 뿐이지만 시간이 정말 너무 없었다.
3. 2개 논문 revision
예상은 하였지만, 투고한 두 편의 paper에 관한 revision letter가 가장 바쁜 시기에 왔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낸 논문들과 다르게 in vivo 실험에 관한 revision이 없었다. 또한, 매우 감사하게도 바쁜 시기인 것을 알고 교수님과 후배들, 그리고 옆 연구실의 고마운 동생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편 모두 10점 초반 대의 IF로 한 편은 accept 되었고, 다른 한 편도 답변을 하였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BRIC의 한빛사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여유가 되지 않아 인터뷰는 하지 못하였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인데 활용하지 못하여 아쉽다.
4. 논문 실험 마무리 및 작성
쥐들에게 고맙게도(?) 좋은 데이터가 한 번에 나와줘서 논문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5. 나오는 회사 공고마다 지원 및 자기소개서 작성
6. 서류 합격한 회사 인적성 및 AI 역량 검사
글을 또 작성하게 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업에 성공하였다! 다룰 이야기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짧게 줄이겠다.
7. 결혼 준비
앞의 내용들이 어느정도 잘 진행이 되어서 상견례는 아니지만 각각 양가 부모님들과 식사를 하였다. 면접과는 또 다른 오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내년에는 결혼을 할 것 같고, 투자를 포함하여 인생의 큰 변화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결혼은 그럴 테지만).
8. 남의 결혼식 가기
친했던 선배의 결혼식에 갔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시점이라 그런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여러 부분들이 눈에 보였다. 식장 위치, 시간, 하객 , 꽃 등등. 결혼 생활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식은 아직 두려운 것 같다.
9. 이사하기
7년 정도 살았던 밉지만 정겨웠던 집을 떠났다. 짧은 자취 생활이 아니라 짐이 정말 어마 무시하게 많았는데, 문제는 나의 자취방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가 건물 5층의 옥탑방이라는 사실이다. SUV를 꽉 채워서 7번 정도 옮겼다. 대충 계산해도 짐을 들고 63 빌딩을 12번 왕복한 운동량이었다. 이번 경험으로 소비 습관을 고칠 교훈을 얻었다.
바쁘고 힘들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두 달을 보내고 새로운 삶을 위한 변화가 찾아왔다. 익숙했던 실험실, 집, 학교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들을 하는 것이 설레면서도 힘들 때가 있다. 아마도 나이가 들 수록 변화에 대한 고통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던지 내가 가는 길이 곧 나의 인생에서는 가장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인생이니깐. 이렇게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도움을 준 경험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원래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엔 이렇게 감성적이 되나 :D)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만큼, 이제 블로그 활동을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변화가 찾아온 만큼 쓰고 싶은 내용도 많이 쌓였고, 잊기 전에 대학원에서 많이 활용한 실험 내용들도 정리해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슬픈 점은, 물론 수익이 블로그 운영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광고 단가가 클릭당 0.38 달러 정도에서 0.01달러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