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커리어

포괄임금제에 대한 생각 (고정 OT)

Notbee 2025. 1. 12. 20:24

포괄임금제에 대한 생각 (고정 OT)

 

한국 회사에만 있는 제도인걸까.

취업에 처음 성공하고 본 계약서의 연봉 항목은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기본급 : A 원 / 월

고정 OT : B 원 / 월 (월 C 시간 X 시급 X D%)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근무 시간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려운 직군들의 편의를 위해 기본급 외의 항목에 대한 금액을 미리 지급하는 형식인 것을 알게 되었다. 블라인드 앱에서 실제로 고정 OT나 포괄임금제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니,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일하지 않고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도 보였다.

 

막상 반년간 근무를 해보니,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나는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다.

 

1. 근무 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

포괄임금제 혹은 고정 OT 등이 허용된 이유는 외근 및 출장 등이 잦은 직업군들의 근무 시간 파악이 어렵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들은 출퇴근 기록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근무 시간 파악이 쉬운 직군들에 대해서 해당 제도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근로자 입장에서 이득인 부분이 있을까?

 

2. 야근 조장 문화가 생긴다

주위의 이야기를 들으면 회사마다 케바케인 부분이다. 회사에 따라 야근해도 어차피 돈이 더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 같이 불필요하게는 하지 말자가 문화인 곳도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의 경우, 추가 수당에 대해 이미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계약이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게 당연시 되는 문화가 있었다.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한가한 사람이 되었고, 일을 다 마쳤어도 같은 팀원이나 팀장이 야근을 하고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되었다.

 

3.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2번과 더불어 회사마다 다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포괄임금제와 야근 조장 문화가 결합 된 곳에서는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을 하면 일이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줄어들었다. 결국 보여주기식으로 업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척, 그로 인해 야근을 하는 척을 하지 않으면 과중한 업무를 받게 되었다. 사무직에 대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야근 시간에 따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 야근을 하는 것이 실제로 일이 많아서 하는 것인지 업무 효율이 떨어져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인지 회사가 파악하려고 하지 않을까? 불필요한 야근비 지출을 막기 위하여 업무 분배를 신경쓰지 않을까? 업무 효율이 높은 사람을 고용하려고 하지 않을까?

 

마치며...

나는 짧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위와 같이 포괄임금제의 부정적인 면들을 적어봤다. 하지만, 만약 야근 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면, 실제 근무를 하지 않으면서 출퇴근 기록만 찍고 야근비를 챙기는 비리도 공공연하게 일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포괄임금제와 별도의 얘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포괄임금제가 필요한 일정 직업들을 제외하고, 업무에 대한 정확한 급여 산정을 막고 업무의 효율성을 낮추며 공짜 야근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관리가 용이하고 야근에 대한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답변한다. 이미 야근비를 포함하여 지급하고 있다면, 제도가 사라져도 야근을 한만큼만 수당을 주는데 왜 지출이 늘어날까? 이미 포괄임금 제도를 활용하여 기본급을 부풀리고 시급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