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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꼭 가야 할까? - #2 지도교수의 인품

Notbee 2023. 1. 2. 01:34

대학원, 꼭 가야 할까? - #2 지도교수의 인품

 

 

 미래에 대한 고민이 새내기 때보다 깊어지는 학부 3~4학년,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면서도 다들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대학원 연구실에 컨택을 시작한다. 어떤 동기로 대학원을 가기로 하였는지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어떤 연구실에 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에 나오는 여러 글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

 

1. 연구 분야 및 주제
2. 교수의 연구 역량
3. 자대생 비율
4. 박사생 대 석사생 비율
5. 졸업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
6. 근무 시간
7. 교수의 인품
8. 인건비
9. Alumni
10. 기타

 

가장 좋은 것은 위 기준들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괜찮은 연구실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연구실의 자리가 다 찼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연구실을 골라야 할까?

 

이 주제로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는, 어떠한 이유로 연구실을 선택하여 입학하였던지 결국 졸업할 수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학위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 혹은, 다시는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던지.

 

졸업하지 못하면 부질없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 얘기해보고 싶은 주제는 바로 지도교수의 인품에 관해서이다. 사람의 성격은 사실 딱 좋다 / 안 좋다로 나누어서 말하기 어렵다.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성격이란 것은 결국 양날의 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기준들 위에 교수의 인성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확신한다. 대학원을 선택하던 많은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연구 분야나 교수의 실적과 같은 장점을 보고 다소 안 좋은 점들은 버티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이 그저 가치관 차이라고 생각한다면 글을 더 이상 읽지 않고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실력이 좋으면 보상성으로 어느 정도의 인격 파탄은 괜찮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다 후회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다. 내가 지도 교수의 인품을 최우선 순위로 뽑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졸업 혹은 박사 과정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위에도 말했지만, 결국 졸업하지 못하면 대학원을 시작한 이유의 상당 부분이 퇴색될 것이다. 투자와 관련된 글들에 많이 언급하였지만, 우리는 늘 투자해서 얻을 것에 집중하지만 리스크로 잃게 될 수 있는 것에는 쉽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e.g. Max draw down (MDD)). 대학원 과정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고난이 넘치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길이다. 긴 여행 동안 참스승에게 길과 조언을 들어가며 가는 것과 최악의 원수를 만들어 증오하며 가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악한 교수들의 이야기가 더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에는 좋은 교수님들도 정말 많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너무 좋은 분을 지도교수님으로 만나서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졸업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길의 리스크 최대치가 바로 교수의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교수의 인성이 좋다면 대학원 과정은 일정 수준 이상 나빠지기 어렵다.

 

 

대학원 과정은 결국 트레이닝 과정일 뿐이다

 

 물론 인성을 포함하여 연구 실적과 분야까지 좋은 연구실에 갈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연구실의 성과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연구자로서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박사 후 과정인 포닥에서의 실적이다. 연구실의 훌륭한 지원으로 좋은 논문을 내면 좋지만, 독립된 연구자로서 연구 수행을 한 것은 아니며 채용하는 기관마다 최근 3년 혹은 5년 내의 논문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많아서 박사 과정에서의 실적이 인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좋은 포닥 자리를 위해서 좋은 대학원을 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말릴 수는 없다. 실제로 좋은 대학원에서 석사나 박사 과정을 하면 좋은 포닥 자리를 갈 확률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겨우 프레시닥인 주제에 이렇게 말하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박사 과정은 결국 연구자가 되어가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과정도 챙길 수 있으면 좋지만 꼭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을까?

 

 

미래에 유망한 분야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연구하고 싶고 유망한 분야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고민은 결국 개인이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개 적고 싶다. 나는 고등학교 때, 컴퓨터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녔었다. 당시 IT 업계는 유망하지만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였고, 산업계에 있다가 온 여러 선생님들은 수업 중 농담과 진담을 섞어가며 컴퓨터 전공을 하지 않길 조언하였다. 하지만, 지금 IT 업계는 사람이 없어서 못 데려갈 정도로 핫하고 사람들은 다니던 직업을 그만두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이전까지 mRNA 백신 중 FDA 승인을 받은 경우가 없었다. LNP 또한 이미 오래전에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었고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될 거라고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백신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데 점점 짧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지금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해서 연구 분야를 정하기보다는 더 멀리 내다보는 시야와 함께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후회를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성이 좋으면 다른 부분도 좋을 확률이 높다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소리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이기 때문이다. 인건비로 예를 들자면, 인성이 좋은 교수님이 연구실의 여유가 되는데 학생들의 인건비를 챙겨주지 않을까? 학생의 사정을 고려하여 최대한 인건비를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교수님의 인성은 좋을까 나쁠까? 자대생의 비율을 보자면, 인성이 좋은 교수님의 연구실에 자대생의 비율이 낮을 수 있을까? 결국 성이 좋으면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있고, 좋은 연구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을 한 곳만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고 내부에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 모든 정보 취합하여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때, 교수님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알 수 없던 다른 정보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들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성격이란 것이 개인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사람이 친구도 아니라 상사이자 스승이 될 사람을 판단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 교수의 인품을 최대한 가늠해야 한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여러 학생들의 경험과 후회가 알려주어 이 글을 쓴다. 이상 주관적인 견해가 가득 담긴 글이었다. 

 

교수님도 사람이다